
Patiendo vinces, 라 구피에르 가문의 가훈
이웃 마을 교회에는 조상을 기리며 수 세기 동안 가문과 함께해온 가훈을 담은 채색 묘비명이 남아 있습니다.
영지에서 몇 걸음 떨어진 생틸레르 르 리에뤼(Saint-Hilaire-le-Lierru) 마을 교회, 생틸레르 성당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채색 장식이 남아 있습니다. 드리워진 휘장 앞에 떠 있는 듯한 금빛 액자, 그 위로는 초록과 금빛의 아칸서스 잎 장식 띠가 둘러져 있습니다. 손으로 쓴 열한 줄의 글씨, 그리고 맨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세 단어, PATIENDO VINCES.

아홉 세기를 이어온 가훈
Patiendo vinces는 라틴어로 '인내함으로써 승리하리라'라는 뜻입니다. 힘도 부도 아닌, 오직 인내를 기리는 가훈입니다.
이 가문에 참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12세기, 콜라 구필이 이 땅을 손에 넣으면서 라 구피에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가문 문서고에 남은 가장 오래된 기록은 116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후 영지는 줄곧 같은 가문의 손에 머물렀습니다. 백년 전쟁, 약탈, 화재, 점령까지, 라 구피에르는 그 모든 것을 견뎌냈습니다.
가문의 9세기에 걸친 역사가 궁금하다면, 라 구필레르(La Goupillère): 사르트(Sarthe) 중심부의 860년 역사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은빛 바탕 위의 세 마리 여우
가훈 아래에는 은빛 바탕에 붉은 여우 세 마리가 그려진 작은 방패 문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문의 문장, '은빛 바탕에 붉은 여우 세 마리(trois goupils de gueules sur champ d'argent)'입니다. 구필(goupil)은 여우를 뜻하는 옛 프랑스어로, 라 구피에르라는 이름 역시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말하자면 가문의 이름을 이용한 재치 있는 말놀이인 셈입니다.
옛 프랑스어로 쓰인 묘비명
그 위에는 'Épitaphe(묘비명)'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이 글은 '망슈 지방의 자랑'이라 불린 마랭 드 라 구피에르(Marin de la Goupillère)를 기리는 내용입니다. 철자법은 gist, soubs marbre, aucteur, seulle처럼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먼 옛 시대의 것입니다.
마지막 구절은 지나가는 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오늘날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나그네여, 믿으라. 이곳에 남은 것은 사람의 행복도, 아름다움도, 영속함도, 강함도 아니요, 오직 미덕뿐이니, 이는 죽음 뒤에도 남아 우리의 영혼을 더 나은 삶으로 축복하리라.'
한 교회에 새겨진 가문의 이야기
이 교회는 좀 더 격동적인 순간도 함께 겪었습니다. 1483년, 구필 가문과 모로 가문 사이에 자리 다툼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피에르 드 라 구피에르의 아들들은 장 모로(Jean Moreau)의 유해가 합당하지 않은 자리에 묻혔다고 여겨 이를 본당 성가대석에서 옮겼고, 훗날 사면장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그 자리에 묘비명과 가훈을 남긴 것은 바로 같은 가문입니다.
라 셀르리(La Sellerie)에 머문다는 것은 이야기가 가득한 이 풍경 속에서 며칠을 보낸다는 것, 사르트(Sarthe) 지방, 이 모든 것이 벽에 새겨진 교회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머무는 일입니다.